Phoenix CC, Like Augusta GC

일본풍광(日本 風光)을 담은 달력에 빠지면 안 되는 감초는 다카치호 협곡이다. 천년만년 흐른 냇물이 용암지대를 침식하며 높이 50~100m에 이르는 주상절리의 협곡이 동서 7km나 이어진다. 일본 달력에 나타난 모습은 이곳의 하이라이트인 삼전정(三田井) 부근의 2km 협곡이다.
수직으로 솟아오른 절벽이 마주보는 사이로 옥류가 못을 이루고 그 위엔 무성한 수림이 하늘을 덮어 선경을 이룬다. 봄의 신록,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계절이 바뀔 때마다 협곡은 막이 내리고 오르는 무대처럼 현란하게 변한다. 보트를 타고 오르면 어교를 지나 마나이 노타기 폭포가 흰 물보라를 일으키며 쏟아져 내리는 장관을 보게 된다.
일본 최고의 절경, 다카치호 협곡은 큐슈에 있다.큐슈엔 다카치호 협곡 외에도 볼거리들이 지천으로 깔렸다. 이치난 해안은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풍광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큐슈 남쪽, 미야자키시에서 남쪽으로 뻗어있는 90km의 해안과 섬들은 절경의 연속이다.연륙교로 연결된 둘레 1.5km의 작은 섬 아오시마는 온통 아열대 식물로 덮인 섬봉 우리 아래 해수욕장이 흰 백사장을 자랑한다.
아오시마를 지나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피닉스, 문주란, 하이비스커스 부겐 빌레아 군락지등등 남국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호리키리 토게가 있고 거기서 10km 남쪽엔 멕시코를 연상시키는 용설란과 선인장 공원이 자리잡았고 최남단엔 야생마들이 풀을 뜯는 대초원, 도이미 사키가 한눈 가득 펼쳐진다. 다카치호와 일남해안과 더불어 또 하나의 큐슈명소는 스미요시사다. 큐슈 제일도시 후쿠오카의 관문은 하까다 역이다. 하까다 역에서 서쪽으로 15분쯤 걸어가면 스미요시사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신사는 항해의 신을 모신 사당으로 옛부터 바다를 향해 나가는 큐슈인들로부터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 1623년 구로다 나가사마가 재건한 본전은 불교 도래전의 고대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일본 중요 문화재다.큐슈의 3대 명소, 다카지호 협곡, 이치난 해안, 스미요시 신사를 한군데 묶어 놓은 곳이 있다. 미야자키에 있는 피닉스(Phoenix)CC다. 27홀로 된 이 골프코스의 세 코스 이름이 다카지호, 이치난, 스미요시다.  

  피닉스CC하면 당장 우리 기억에 떠오르는 것은 던롭 피닉스 오픈 토너먼트다. 2002년 11월 21~24일까지 이곳에서 개최된 대회엔 타이거우즈, 세르히오 가르시아, 데이비드 듀발을 비롯한 최경주까지 기라성같은 세계 골프계의 거목들이 몰려와 펼치는 경기를 우리는 TV 화면에서 생중계를 보며 스타들의 화려한 샷보다는 “세상에 저렇게 아름다운 골프코스가 또 있을까!” 감탄을 쏟아냈다.
모든 홀이 일본 정원! 이라고 표현 할 수밖에 없다. 일본 정원의 기본 틀은 분재처럼 잘 다듬어진 소나무를 먼저 주인공으로 제자리에 박아놓고 연못이라든가 자갈, 돌 같은 것은 악세사리로 배치한다. 소나무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한 조연들이다.피닉스CC는 온통 일본 정원의 주역들인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찬 골프코스다. 그 소나무들이 하나 같이 분재처럼 잘 생긴, 그러나 아름드리 거목 일본 해송들이다. 요즘 우리나라 신설 골프장의 조경 트렌드는 큰 소나무를 옮겨 다 심는 것이다. 거의가 한 그루에 천만원을 상회한다는 얘기다. 이 논리를 피닉스 CC에 대입시키면 소나무 값은 천문학적인, 아마도 우리나라 골프장 모두를 사고도 남을 돈이 되지 싶다.
그 멋진 일본 해송들이 클럽하우스 앞에도 그늘 집 밖에도 티잉그라운드 뒤에도 페어웨이 옆에도 그린 옆에 뒤에도 수만 수십만 그루가 빼곡히 하늘을 찌른다. 페어웨이는 우리가 소위 말하는 양잔디. 벤트 그라스다. 흔히 벤트 그라스는 혹서에 약하다는데 우리나라 남쪽에 자리 잡은 큐슈에서 그것도 큐슈 남단에서 어떻게 그렇게 싱싱하게 자라는지 모를 일이다. 일본 목조풍 클럽 하우스에 들어서면 고풍스러우면서도 장중스런 분위기가 이 골프 클럽의 역사와 품격을 말해준다.

클럽하우스를 나가면 세갈레 길이 나온다. 스미요시코스, 이치난코스, 다카치호코스로 가는 삼거리다. 자 - 스미요시코스 1번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 보자 티샷을 하려고 티를 꽂고 공을 놓으면 갑자기 그 아름답던 해송들은 공포로 다가오다, 삐끗, 방향이 어긋났다하면 공은 숲속으로 들어간다. 솔 숲에 들어간 공은 뒷쪽으로라도 한 타만에 페어웨이로 레이업 할수 있다면 다행이다. 너무나 촘촘히 겹겹이 서 있는 소나무사이 틈은 아무리 둘러봐도 마음놓고 내 보낼 수 있는 곳이 없다.
27개 홀에서 소나무 숲 공포에서 헤어날수 있는 곳은 하나도 없다. 피닉스 CC의 또 하나의 함정은 그린을 에워싼 벙커다. 띨띨 굴러서 온 그린의 행운을 기대하기엔 벙커와 벙커 사이의 틈이 너무 좁다. 섣부른 장타자들의 티샷한 공이 떨어지는 곳엔 어김없이 페어웨이 벙커가 기다린다. 또 하나, 페어웨이 안에 외롭게 서있는 공과 그린의 일직선 상에 있고 클럽의 로프트 각도가 소나무 가지에라도 걸리는 날이면 무모한 모험과 레이업, 하나를 택해야 한다. 블라인드 홀이 몇 개 있지만 그것도 극심한 도그렉 홀은 아니다. 솔숲 사이로 쭉쭉 뻗은 이 멋진 골프코스는 일본에서 두 세 손가락 안에, 그리고 세계100대 코스에도 들어간 적이 있는 명문코스다.
2,500개가 넘는 일본 골프코스 거의 모두가 몸살을 앓는다. 10년 넘게 이어져온 일본의 불경기는 가장 먼저 가장 깊게 골프코스에 직격탄을 날렸다. 어떤 골프클럽 회원권은 10분의 1로 폭락하고 어떤 골프장은 그린피를 5만원대로 낮추며 발버둥쳐 보지만 작년한해동안 60개가 넘는 골프장이 문을 닫았다.피닉스CC는 위엄을 잃지 않고 아직도 그린피 30만원을 고수하고 있다. 피닉스CC는 대단위 쉐라톤 시가이아 리조트 단지의 일부분이다.
피닉스CC 옆엔 톰 왓슨GC 18홀이 있고 동물원, 승마장, 테니스 코트, 볼링장, 쇼핑몰, 대 회의장, 호텔, 콘도 등이 있는데 압권은 거대한 오션 돔(Ocean Dome)이다. 세계 최대의 전천후 지붕 개폐식 워터파크로 길이 300m, 폭100m, 높이 38m의 실내 바다엔 동시 최대인원 1만명이 4계절 인공파도를 즐길 수 있다. 골프광들에겐 처자식들을 불평 없이 떼어놓을 수 있는 좋은 놀이터가 된다.